2022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영화 <코다>는 ‘Children of Deaf Adults’ 즉,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영화는 단순한 성장 드라마를 넘어 가족, 소통, 꿈, 그리고 사회적 편견과 장애를 뛰어넘는 용기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코다>를 자세히 리뷰해 보겠습니다.
조용한 세상 속, 노래하고 싶은 소녀
《코다》는 정말 따뜻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마음속이 몽글몽글해졌고, 잔잔한 감동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처음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 ‘청각장애인 가족 속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녀의 이야기’라는 줄거리만 보고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전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코다》는 단순한 성장 드라마를 넘어, 소리와 침묵, 가족과 꿈 사이에서 진심으로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제목인 ‘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 즉 청각장애 부모를 둔 자녀를 의미합니다. 주인공 루비는 그런 아이 중 하나입니다. 어부인 아버지, 어머니, 오빠는 모두 청각장애인이고, 루비는 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루비는 가족과 세상 사이를 연결해주는 통역사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학교 수업보다도 바다에서 아버지를 도와 일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식사 시간엔 대화보다 손짓이 먼저입니다. 그런 루비에게 노래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이자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었습니다. 루비가 합창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되고, 선생님을 통해 음악에 대한 진심을 발견하게 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과하지 않게, 굉장히 자연스럽고 현실감 있게 그려져 있어 더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루비의 불안함과 설렘, 갈등과 성장의 감정선이 고스란히 전해져 보는 내내 그녀를 응원하게 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언어로
《코다》는 가족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따뜻한 가족애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의 진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루비는 가족과 함께 있고 싶지만, 자신만의 세상을 향한 갈망도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꿈을 좇는다는 건 가족을 ‘버리는’ 것과 같은 감정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루비의 부모와 오빠는 그녀가 통역사 역할을 해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루비 없이 일상생활을 상상하기 어려운 가족들은 그녀가 음악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꿈을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엔 극심하게 반대합니다. 그 장면들은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굉장히 안타깝고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가족의 사랑이 때로는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오는 순간들, 그리고 각자가 가진 ‘침묵 속의 언어’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장벽이 되기도 하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루비가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버지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버지가 딸의 가슴에 손을 얹고, 그녀의 목소리를 진동으로 느끼는 그 장면은 너무도 조용한데, 동시에 모든 감정이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대사가 없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족은 단순히 혈연이 아닌,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가가려는 노력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루비의 가족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녀가 자신들의 세상에서 벗어나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런 장면들은 보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
음악과 침묵 사이에서 피어난 감동
《코다》는 음악 영화이기도 합니다. 노래라는 도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관계를 이어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화려한 무대와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조용한 영화입니다. 말보다 손짓이 많고, 음악보다 침묵이 강하게 들려오는 그런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루비가 처음으로 솔로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동시에 그 순간을 지켜보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실제로 사운드를 없애고 침묵 속에 관객을 두어, 관객도 마치 가족처럼 느끼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그 순간의 정적은 단지 소리를 없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깊은 울림을 전달하기 위한 침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음악이 가진 힘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침묵이 얼마나 큰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이지만, 그들은 사랑을 표현하고, 슬픔과 기쁨을 나누고, 서로를 감싸 안습니다. 그 과정이 말보다 더 진하게 전해지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소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루비가 자신의 꿈을 선택하면서 가족의 품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많은 생각을 남깁니다. 부모님과의 이별, 오빠와의 눈빛, 그리고 노래를 향한 그녀의 진심은 마지막까지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결국 ‘듣는 것’이 단지 귀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마음으로 듣는 것,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코다》는 겉보기엔 단순하고 조용한 영화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과 메시지가 켜켜이 담겨 있습니다. 가족과의 관계, 꿈을 향한 도전, 소통의 본질, 음악과 침묵의 대비.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어느 순간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들을 정직하고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누군가에게는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는 《코다》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고, 아마 이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조용한 이야기 속에서 진짜 울림을 전하고 싶은 분들께 이 영화를 꼭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