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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 _ 2023년 오스카 수상작

by 소소한쎈언니 2025. 6. 1.

2023년 오스카 수상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입니다.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7관왕을 차지하며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기존의 틀을 완전히 뒤엎은 파격적인 작품입니다. 멀티버스라는 복잡한 소재를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닌, 철학적 성찰과 감정적 진실로 연결하며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작품이 왜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평가받는지, 서사적 실험, 배우들의 연기, 철학적 메시지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출처: 네이버 영화 )

멀티버스를 통한 정체성의 해체와 재구성: 혼돈 속 자기 발견의 여정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영화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서사를 보여줍니다.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단순한 시각적 볼거리를 넘어,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주인공 에블린은 국세청 세무감사에 시달리던 중 자신이 수많은 평행세계 중 하나에 존재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고, 다양한 우주를 넘나드는 여정에 휘말립니다. 각 세계에서 그녀는 무술 고수, 요리사, 예술가, 심지어 소시지 손가락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하며,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상상을 실제로 체험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전개가 아니라 관객 각자에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 이루지 못한 꿈, 버려둔 가능성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강점은 이 모든 혼란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일관된 주제를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혼란스럽게 얽힌 세계관 속에서도 영화는 끊임없이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나는 누구이며,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그 여정을 함께 따라가게 만듭니다. 에블린은 수많은 세계를 거치면서 자신이 놓쳤던 것, 포기했던 것, 그리고 현재 가지고 있는 것들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깁니다. 결국 그녀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자신보다 현실의 자신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존재임을 깨닫고, 그 안에서 삶의 가치를 찾게 됩니다. 이처럼 혼돈을 거쳐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서사는 단순히 시각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의 정체성 혼란과 회복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룹니다.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와 다층적 캐릭터의 생동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감동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이 만들어낸 생생한 캐릭터들 덕분입니다. 미셸 여는 극중 에블린이라는 인물을 통해 오랜 세월 아시아계 여성 배우들이 할 수 없었던 중심적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으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녀가 표현한 에블린은 단순히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매일 가사와 일상에 치이며 살아가는 중년 여성으로서 시작합니다. 그녀는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무책임하고, 감정적으로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불완전함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그녀의 변화는 그만큼 큰 감정적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미셸 여는 이러한 감정의 진폭을 섬세한 연기로 자연스럽게 그려내어 관객을 몰입하게 합니다.

특히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케이 후이 콴의 존재는 이 영화의 감정적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현실에서 소심하고 유약한 남편 웨이먼드로 등장하지만, 멀티버스의 다른 세계에서는 강인하고 냉철한 요원으로도 그려집니다. 이중적인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낸 그의 연기는 단순한 기술적인 연기를 넘어 진정성을 전하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가 전하는 “나는 친절함으로 싸우는 사람”이라는 대사는 영화 전반의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명장면 중 하나로 남습니다. 또한 딸 조이 역의 스테파니 수는 세대 간의 갈등과 자기 존재에 대한 혼란을 고스란히 전하며, 이 영화의 주제인 ‘연결과 화해’를 강하게 드러냅니다. 이처럼 배우들은 단지 각본에 맞춰 연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인물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그 결과 영화는 상상 속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깊은 현실감을 안겨줍니다.

우주적 혼돈 속에서도 빛나는 가족과 삶의 의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제목처럼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혼란 속에서 한 가지 본질적인 진리를 꺼내어 보여줍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의 삶이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입니다. 영화 속 에블린과 조이는 멀티버스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과 선택지를 보지만, 결국 돌아오는 곳은 현재의 삶이며, 가족이라는 연결입니다. 이는 곧 우리가 사는 현실이 아무리 평범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져도,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영화는 단지 가족의 재결합이라는 드라마적 플롯을 뛰어넘어, 선택의 혼란과 존재의 허무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의미가 있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허무주의적 메시지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무 의미도 없기에, 우리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전개는 오늘날의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무수한 정보, 빠른 변화,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면서도, 그 안의 진실을 잊지 말라고 말합니다. 결국 영화는 소시지 손가락, 바위가 된 세계,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품는 것임을 이야기합니다. 이와 같은 접근 방식은 형식주의에 머물던 기존의 멀티버스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르며, 철학과 감동을 동시에 아우릅니다. 정리하자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가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관객에게 삶의 방향성과 따뜻한 메시지를 동시에 제시한 걸작입니다.

 

개인적인 소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히 오스카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동시대 관객과 깊은 공감을 나눈 영화였습니다. 무한한 가능성과 혼돈 속에서 현실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이 작품은, 오랫동안 기억될 영화로 남을 것입니다. 아카데미 수상은 단지 결과일 뿐, 그 안에는 수많은 고민과 감정, 그리고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