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설명하기 어렵지만, 보면 볼수록 새로운 매력과 깊이를 발견하며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충격과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 저에게 2022년에 개봉한 대니얼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바로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예고편을 보고 '아, 멀티버스를 다룬 또 다른 액션 영화구나' 하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막상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이건 단순한 SF 액션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멀티버스를 빌미로 삶의 의미, 가족의 갈등, 존재의 이유,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사랑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정말이지 '괴물 같은 작품'이라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무려 7관왕을 차지하며 전 세계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 볼 때는 정말이지 머릿속이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쓴 이후, 글로벌 영화계에서 아시아계 배우로서 큰 영향력을 보여준 미셸 여(양자경)가 주연을 맡아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오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인생 철학 영화'로 불리며 끊임없이 회자되는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파격적인 상상력과 따뜻한 메시지가 어떻게 제 마음을 깊이 뒤흔들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혼돈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다차원: 무한한 '나'를 만나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정말이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놀랍도록 평범하고, 동시에 찌질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주인공 에블린 왕(미셸 여)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입니다. 가족과의 관계는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반항하고 있고,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는 소심하지만 따뜻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을 실망스러운 딸로만 보는 듯합니다. 매일 세탁소와 복잡한 가정 문제 속에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에블린. 그런 그녀가 골치 아픈 세금 문제로 국세청에 불려간 바로 그 순간, 모든 것이 뒤집힙니다. 갑자기 다른 우주에서 온 남편 웨이먼드가 등장하면서 '멀티버스(다중 우주)'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혼돈 속으로 던져졌습니다. 평범했던 에블린의 삶은 사라지고, 그녀가 알지 못했던, 혹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존재했을 수많은 다른 세계의 에블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유명 배우가 된 에블린, 성공한 요리사 에블린, 무술 고수 에블린, 심지어는 손가락이 핫도그인 세계의 에블린, 말을 못 하고 바위로 살아가는 세계의 에블린까지. 이 영화는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설정으로 가득 찬 멀티버스의 세계관을 마음껏 펼쳐냅니다.
처음에는 너무 정신없고, '이게 대체 뭐지?' 하는 의문이 들 만큼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혼돈의 세계 속에서 점점 중요한 질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내 삶은 올바른 선택의 결과인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멀티버스는 단순히 스펙터클한 SF적 장치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에블린이 다른 우주의 자신들을 만나고, 각기 다른 가능성을 마주하면서, 결국은 '지금 여기의 나'와 '내 곁의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혼란스러운 전개 속에서도, 결국에는 관객에게 '삶의 본질'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묻는 아주 인간적인 이야기였습니다.
2. 유쾌하고 황당하지만 진심은 또렷한 영화: 상식을 뒤엎는 매력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는 마치 온갖 장르가 한데 뒤섞인 종합 선물 세트 같았습니다. 코미디 같기도 하고, 짜릿한 액션 같기도 하며, 심오한 SF 같기도 합니다. 심지어 철학적인 드라마이자 뭉클한 가족 영화이기도 합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대체 뭐지?"를 수십 번 외쳤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혼란스러움이 너무나도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와서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일단 영화의 설정 자체가 아주 독특하고 파격적입니다. '멀티버스'라는 설정 안에서 등장하는 세계들은 감독의 상상력이 폭발하는 지점입니다. 손가락이 핫도그인 세계(이 장면은 정말 압도적으로 웃깁니다!), 모든 인간이 바위로 존재하며 서로 대화 없이 존재만으로 감정을 나누는 세계, 요리사 모자 속에 라쿤이 숨겨져 있는 세계까지. 얼핏 말도 안 되는, 혹은 황당한 설정이지만 영화는 이를 유머와 철학으로 절묘하게 버무려냅니다. 이런 황당함 속에서도 정서적인 진심과 보편적인 감동이 늘 중심에 있었기에, 결국에는 웃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게 되었습니다. 특히 에블린이 손가락 핫도그 세계에서 상대방과 발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며 교감하는 장면, 바위로 대화 없이 존재만으로 감정을 나누는 장면은 처음에는 웃기지만 나중에는 이상하게 뭉클해지면서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유쾌하고 독특한 설정들이 결국엔 인간 관계와 감정의 깊은 층위를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캐릭터들의 개성이 너무도 분명합니다. 미셸 여는 평범한 이민자 여성부터 화려한 스타, 무술 고수까지, 에블린이라는 복잡한 캐릭터를 정말 생동감 있게 연기하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영화의 숨겨진 진짜 진주는 키 호이 콴이 연기한 남편 웨이먼드라고 생각합니다. 겉보기엔 늘 미소 짓고 소심한 캐릭터이지만, 멀티버스 속 다양한 자신을 통해 드러나는 진정한 강함(싸움을 멈추고 사랑을 택하는 선택)은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웨이먼드가 "나는 친절하게 대하기로 선택했다. 그건 약해서가 아니야.”라는 대사를 담담하게 내뱉는 장면은 영화를 다 본 후에도 계속해서 제 마음에 맴돌며 '진정한 강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3. 결국엔 ‘사랑’이라는 말 하나로 남았습니다: 혼란 속의 명료한 메시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수많은 세계,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메시지로, 즉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로 귀결됩니다. 가족을 향한 사랑,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수많은 다름 속에서도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마음. 아무리 많은 세계를 넘나들고, 수십 가지의 나를 만나본다 하더라도, 결국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에블린은 처절한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파격적인 전개 속에서도 생각보다 굉장히 감정적입니다. 특히 딸 조이(스테파니 수 분)와의 관계는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감정선입니다. 조이는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상처받고, 멀티버스의 혼돈 속에서 여러 우주를 떠돌며 절망에 빠지지만, 에블린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딸에게 기꺼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저는 딸의 모든 면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무조건적으로 끌어안아주고 싶은 엄마 에블린의 그 마음에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가족 영화와는 다르게, '완벽한 화해'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한 '진정한 시작점'을 보여줄 뿐입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더 깊게 와 닿았습니다. 수많은 선택과 가능성 속에서도 결국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내가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며, 그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의미라는 그 메시지는 아무리 혼란스럽고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도 너무나 선명하게 저에게 남았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도 머릿속은 영화의 복잡함으로 가득했지만, 마음속은 이상하게 따뜻하고 벅차오르는 감정으로 충만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머리로만 이해하려 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그 흐름을 따라가고, 감정을 느끼다 보면 어느새 그 속에서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마법 같은 영화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삶의 의미를 묻는 파격적인 걸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정말 특별한 영화입니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겠고, 중간엔 정신없고,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는 작품이죠. 유쾌한 동시에 진지하고, 혼란스러우면서도 따뜻합니다. 영화적인 실험과 창의성이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결국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삶의 선택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은 더 믿게 되었고, 지금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동료들을 더 소중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말 그대로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이 다 들어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꿰뚫고 나면 결국 하나의 말이 저에게 남았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벅찬 감정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이 영화를 보시길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분명 여러분의 마음속에 따뜻하고 뭉클한 무언가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당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인셉션>_ 꿈속의 꿈, 끝없는 상상의 미로에 빠지다 (0) | 2025.06.02 |
---|---|
영화<그린북> _ 예상보다 깊고 따뜻했던 우정 이야기 (2) | 2025.06.02 |
영화 <기생충> _ 한국 영화의 쾌거 (0) | 2025.06.02 |
영화 <코다> _ 가족의 소중함과 서로 다른 '다름'에 대하여 (0) | 2025.06.01 |
영화 <오펜하이머> _ 리뷰 (0) | 2025.05.31 |